[포스코신문] 무심한 아름다움 ‘알람브라 궁’ :: 스페인 그라나다

[여행지 칼럼] 스페인 그라나다
무심한 아름다움 ‘알람브라 궁’

 

 

 섬세한 트레몰로 주법으로 연주되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의 선율에 매료되면서 나는 알람브라 궁전을 동경했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도, 어떤 모습인지도,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그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페인 여행 중 그라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던져둔 채 궁으로 향했다.

   

아랍어로 ‘붉은색’을 뜻하는 알람브라는 궁을 지은 철을 함유한 석재가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드는 모습에서 붙은 이름이다. 알람브라 궁전은 원래 성채·왕궁·욕장·모스크 등을 성벽으로 둘러싼 성채 도시다. 인도 이슬람 건축의 걸작인 타지마할의 모델이 된 알람브라 궁전은 이슬람 건축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알람브라 궁전이 위치한 그라나다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심장 또는 안달루시아의 보석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리고 이 궁은 1492년 스페인의 국토회복운동(레콩키스타)이 전개되기 전까지 800년간 그라나다를 지배했던 아랍왕국의 왕궁으로 유럽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랍양식 건축물이다. 9세기부터 건설이 시작되어 14세기에 완성된 알람브라 궁은 현재 헤네랄리페(Generalife), 카를로스 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 나사리에스 궁정(Palacios Nazaries), 알카사바(Alcazaba) 이렇게 4개 구역으로 나뉜다.

헤네랄리페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눈 녹은 물이 분수와 수로를 흐른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사는 정원’ 또는 ‘조물주의 정원’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주로 왕이 정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용도로 쓰인 별궁의 정원이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은 16세기에 지어졌으며 건설 당시 유행하던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른 건물의 네모 반듯한 중정(中庭)과는 달리 원형의 중정이 눈길을 끈다. 한때 투우 경기가 열리던 곳으로 지금은 그라나다 국제 음악제가 열린다고 한다.

나사리에스 궁정은 알람브라 궁의 모든 전설이 탄생한 곳으로 궁의 하이라이트 지역. 섬세한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된 방들은 각자의 사연과 전설을 품고 있다. 후궁들의 암투가 난무했을 하렘이 있던 사자의 뜰, 물·대기·식물을 모티브로 꾸며놓은 아라야네스의 뜰을 지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마지막으로 알카사바는 성을 지키는 요새 구실을 한 곳으로 24개 망루가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궁을 지키고 있는 벨라탑에 오르면 그라나다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알카사바를 끝으로 궁에서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이드북의 안내를 따라 옛 아랍인들의 거처였다는 알바이신 지구의 작고 고요한 골목길을 따라 올랐다. 그 길의 끝 성니콜라스 광장에 섰을 때 나는 잠시 숨이 멎는 듯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알람브라 궁과 그 뒤에 당당히 서 있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만들어준 풍경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으로 나를 압도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 있다. 그 대상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은 한 발짝 떨어진 곳이라는 점이다. 에펠탑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은 맞은편 사이요 궁이고, 피렌체의 두오모 쿠폴라의 붉은 지붕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은 두오모 옆에 서 있는 지오토의 종탑이듯, 알람브라 궁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은 맞은편의 성 니콜라스 광장이었던 것이다. 우리 삶도 그렇다. 지금 현재가 아프고 힘들고 암울하지만 결국 지나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그 시기가 내 생애 최고의 시간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알람브라 궁을 바라보며 느꼈던 알싸함과 알 듯 말 듯한 울컥함은 어디서 온 것일까? 아름다운 이 궁을 놓고 떠나야 했던 보아브딜 왕과 신하들의 한이 전달된 것일까? 1492년 그라나다 함락 당시 알바이신에서 거세게 저항했던 그들의 절박함이 서려 있어서였을까? 조급해하고 늘 초조해하는 어리석은 나에 대한 꾸짖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를 이고 나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황현희 <여행작가> 

* 처음에 "알함브라"로 표기해 보냈는데 알람브라로 나왔네요.
스페인어로 잃는다면 알람브라가 맞긴 해요~ ^^ *

포스코 신문 831호
(2010.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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