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여행지 칼럼]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역사 간직한 희망의 풍경

저항 역사의 정점 ‘스털링 성’, 앙증맞아 보이는 다리가 인상적인 ‘게리 호수’, ‘글렌코의 세 자매’라고 불리는 세 개의 봉우리. 스코틀랜드를 대변하는 ‘도난 성’ 등이 인상 깊다.

 

내가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멜 깁슨의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를 본 이후다. ‘자비(mercy)를 구하라’고 외치는 군중들의 소망을 뒤로하고 ‘자유(freedom)’을 외치던 멜 깁슨의 목소리는 감동적이었고 그들의 저항 역사 또한 궁금했지만 여러 전투장면의 배경이 된 황량한 광야가 더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오로지 한 사람만 살아남아야 하는 불사신들의 대결을 그린 영화 <하이랜더(Highlander)> 속에서 보이는 여러 풍경, 그리고 007 시리즈 속에서 MI6의 스코틀랜드 지부 건물로 등장하는 에일린 도난(Eilean Donan) 성의 우아한 자태는 나를 하일랜드로 향하게 했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직접 운전하거나,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돌아보면 좋겠지만 배낭여행자들의 사정이 어디 그러한가?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나는 에든버러를 시작점으로 해 운영되는 하일랜드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에든버러 성 앞에서 전용 차량에 올라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과 함께하는 1박 2일 동안 짧은 영어 실력 때문에 많은 설명을 놓치긴 했지만 그리 아쉽지 않았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내가 직접 운전했다면 이렇게 여유롭게 생각에 잠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나가는 풍경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투어의 만족도는 100%를 넘어섰으니까.

저항 역사의 정점이라는 스털링 성, 한적한 풍경과 앙증맞아 보이는 다리가 인상적이었던 게리 호수, 정통 스카치 위스키 양조장이 위치했던 글렌피딕, 네스호의 입이라 불리는 아기자기한 포트 어거스트(Port August) 등을 둘러본 투어 기간 내내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투어 기간 가장 인상적이던 풍경은 ‘글렌코(Glencoe)의 세 자매’라고 불리는 세 봉우리. 글렌코 지역에 들어서면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가는 동안 시시때때로 바뀌는 계곡의 모습은 차창 밖으로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지리시간에 배웠던 빙하가 지나가며 만든 피오르의 U자형 계곡을 이곳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광활하고 황량한 벌판을 지켜보고 있는 세 봉우리 앞에 섰을 때의 위압감이란 실로 대단했다. 이 계곡은 통곡의 계곡이라고 불리는데 잉글랜드 군대에 의해 이곳에 살던 맥도널드 부족이 몰살당한 비극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세 개의 봉우리는 그들의 원한을 다 품어주며 위안하는 듯하다. 

또 하나의 풍경은 에일린 도난 성. 하일랜드 여행의 백미라 불리는 스카이섬으로 넘어가기 위한 마지막 마을 카일 오브 로하시(Kyle of Lochalsh) 직전에 위치한 이 성은 특유의 우아한 느낌으로 스코틀랜드를 대변하는 풍경 사진에 자주 등장한다. 6세기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해 지금의 모습은 1911년 존 맥라에(John MacRae-Gilstrap) 중령이 구입해 복원한 이후 1932년 지금의 모습을 찾게 되었다. 일반에 개방하고 있으며 관람은 물론 공휴일에는 결혼식 장소로도 대여하고 있다. 

넓고 광활한 자연이 펼쳐져 있는 이 지역은 앞서 이야기한 저항과 독립의 역사뿐만 아니라 산업화와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 이전에 이 지역은 숲이 매우 울창했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일어나며 이 지역 나무들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연료로, 1차 세계대전 때는 군함의 재료로 잘려나가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하니 이 지역의 슬픈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여행 내내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구를 떠올렸다. 국어시간에 배운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대표적 저항시인으로 분류되는 시인의 이 시구는 현재는 암울하지만 앞으로의 희망을 노래한다. 일제강점기 암울하던 때 우리 민족의 저항정신이 그 시절 잉글랜드 왕국의 폭정에 대항한 스코틀랜드 주민들의 마음과 맞물려서였을까? 그들의 기상이 남아 있고, 비록 나무들은 잘려나갔지만 그곳에 자라난 풀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아름다움이 희망 가득하고 역동적으로 느껴졌던 이유가.    

 

황현희 <여행작가>

 제가 봄에 다녀왔더니 사진이 좀 우중충해요.
그래서 다른 분 사진을 썼더라구요.
게시판에는 사진이 안 올라왔네요.
웅~ 이러면 고료 깎이는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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