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신문] 바위산 수도원 장엄한 슬픔을 품다 :: 프랑스 몽생미셀

 

[여행지 칼럼] 프랑스 몽생미셸
바위산 수도원 장엄한 슬픔을 품다


‘미카엘의 산’이라는 뜻의 몽생미셸은 708년 이 지역 주교였던 오베르가 대천사 성 미카엘의 꿈을 꾼 이후 성당을 지으면서 시작됐다.

몽생미셸은 ‘미카엘의 산’이라는 뜻이다. 708년 10월 어느 날 밤, 이 지역 주교 오베르(Aubert)의 꿈에 대천사 성 미카엘이 나타나 몽통브(Mont-Tombe·몽생미셸의 옛 지명으로 무덤 산이라는 뜻)에 성당을 지으라고 명한다. 당시 지리적인 불리함과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불가능하다 믿었던 그는 꿈을 무시했고 화가 난 대천사 미카엘은 그의 꿈에 반복해 등장하다 세 번째 날 손가락으로 강한 빛을 쏘아 오베르의 머리에 구멍을 냈다고 한다. 이 꿈을 꾼 이후 오베르는 지금의 수도원 자리에 작은 성당을 지었는데 그것이 몽생미셸의 시작이다.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아브랑슈의 박물관에는 오베르의 유골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의 두개골에는 구멍이 나 있다고 한다.

그 후 베네딕투스 수사들이 이곳에 큰 성당과 수도원을 짓고 정착하면서 몽 생미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공사 기간만 60년이 걸린 성당은 신비로운 풍경과 함께 주요 성지로 알려졌으나 화재로 부분 소실되었고 13세기에 재건되었으나 백년전쟁 동안에는 영국군에게 30년 동안 포위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그 후 15세기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무너지면서 고딕양식으로 재건되었다. 그 후 섬이던 이곳을 찾는 순례자와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제방도로가 건축되고 1969년 베네딕투스 수도 공동체가 다시 들어오면서 오늘날에 이른다.

굳이 수도원의 건설 과정이나 역사를 알고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몽생미셸 앞에 서면 무언가 신비로운 기운이 가득하다. 이 신비로운 체험은 몽생미셸을 가기 위한 기착지 중 한 곳인 렌(Rennes)에서부터 시작된다. 파리 몽파르나스역에서 출발한 TGV를 타고 역에 도착하면 역 맞은편 버스터미널로 간다. 몽생미셸로 가기 위한 버스표를 구입하고 버스를 기다린다. 그리고 승차장에 버스가 도착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45인승 관광버스가 수용하기에 버스를 타려는 관광객이 너무 많다. 또 다른 버스가 옆 승차장에 와 선다. 버스를 기다리던 줄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앞선 관광객들이 모두 버스에 승차하고 나서야 다른 버스를 향해 줄은 이동한다. ‘만일 서울이었다면?’ 하는 물음이 갑자기 머리를 스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신비로운 길은 몽생미셸로 가는 동안 정점을 향해 간다. 고즈넉한 노르망디 마을 사이를 지나던 버스 앞에 어느 순간 저 멀리 수도원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수도원의 장엄함이 눈앞에 다가온다.

버스에서 내려 성문을 통과하면 길 양옆에 이 지역 특선 음식인 오믈렛을 판매하는 식당이 늘어서 있고 여러 기념품 숍들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그랑 뤼(Grand Rue)라 이름 붙은 이 길은 ‘대로(大路)’라는 뜻과는 반대로 매우 좁고 작은 길이지만 몽생미셸에 도착한 관광객이라면 그 누구도 이 길을 걷지 않을 수 없다.

수도원 내부는 그저 신비롭고 기적의 산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 시절 이 위치에 이렇게 견고하고 단단한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내부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특히 지금도 미사가 진행되는 성당과 모든 수도사들이 모여 식사했다는 대식당은 디테일한 장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우아함과 엄숙함을 갖추고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유일하게 장식적인 분위기라면 수도원 내 작은 중정(中庭) 정도이다.

사실 수도원 관람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수도원 내부를 샅샅이 보고, 골목을 구경하고, 골목 옆 상점을 구경하고, 오믈렛과 곁들여 사과주 한잔을 마시고 난 후에도 이곳을 빠져나가 파리로 돌아가기 위한 기차를 탈 수 있는 도시로 나가는 버스 시간은 한참 남는다. 예나 지금이나 이곳으로 오기 위한 교통편은 그리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은 여러 번 환승하며, 이 짧은 관광을 위해 하루를 기꺼이 투자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타당한 이유로, 논리적인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데도 나는 파리를 방문할 때마다 몽생미셸 방문을 계획한다. 갈 때마다 심심해하고, 갈 때마다 바쁘게 움직여서 피곤하지만 또다시 몽생미셸을 찾는다. 그리고 늘 투덜댄다. 난 왜 여기 왔을까?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황현희 <여행작가>

 

포스코 신문 2010. 9. 30. 8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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