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신문] 대성당 그늘 아래 색다른 보물 가득 :: 독일 쾰른

 

[여행지 칼럼] 독일 쾰른
대성당 그늘 아래 색다른 보물 가득


사람마다 여행지에 대한 취향과 평가가 각기 다르다. 그래서 처음 여행길을 떠나는 여행자에게 꼭 당부하는 것 중 하나는 ‘여행서의 도시 평가를 100% 신뢰하지 마세요’다. 나 역시 여행서를 쓰는 사람이지만 모든 사람의 취향이 나와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로마 시대의 유적, 상큼한 향수, 시원한 맥주, 미친 듯이 즐기며 놀 수 있는 축제가 존재하는 쾰른이지만 무엇보다도 도시를 상징하는 것은 쾰른 대성당이다.

최초의 향수 판매 상점(사진 위)과 루트비히 미술관.

 내가 처음으로 여행자로 유럽 땅을 밟은 후 돌아와서 생각했을 때 가장 저평가되었던 여행지를 꼽는다면 바로 독일의 쾰른(Kln)이다. 그 당시 읽었던 책 대부분은 쾰른에 대해 그저 ‘열차 갈아타는 동안 잠시 내려 대성당만 잠시 보고 가라’고 평가해놓았다.

쾰른은 라인강변에 위치한 독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며 매우 오래된 도시이다. 기원전 38년 로마 제국에 의해 만들어진 이 도시의 이름은 식민지를 뜻하는 콜로니아(colonia)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로마 시대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서 지금도 찾아볼 수 있으며 중앙역 옆에 위치한 로마-게르만 박물관 안에 로마인 특유의 섬세한 모자이크 등 유물이 가득하다.

쾰른은 또한 향수의 근원지로도 유명하다. 18세기 초반 조향사 조안 마리아 파리나는 새로운 향수를 하나 개발했다. 상큼하면서 시원한 향을 가진 그의 향수는 유럽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 향수가 쾰른의 물이라는 뜻을 가진 ‘오 드 콜로뉴(Eau de Cologne)’로 불리면서 향수의 종류를 나타내는 한 가지 호칭이 되었다. 지금도 그 향수는 4711이라는 상표와 함께 쾰른 시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향수 시향과 함께 맥주 시음도 빼놓을 수 없다. 쾰슈(Kölsch)라 불리는 쾰른의 맥주는 맑은 황금색 맥주로 과일향이 나는데 길고 날씬한 잔에 따라 마신다. 다른 지역의 맥주잔이 보통 500㎖ 용량이라면 쾰슈는 늘 200㎖ 잔에 나온다. 목 넘김이 부드러운 이 맥주는 작은 잔에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과음하기 쉽다. 큰 잔에 담겨 나오는 맥주는 미지근해지기 쉽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많이 팔기 위해 작은 잔에 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의 도시이지만 도시가 들썩거리며 광란의 도가니가 되는 시기가 있으니 쾰른 사육제 기간이 그렇다. 공식적인 사육제 기간은 11월 11일 오전 11시부터 다음 해 ‘재의 수요일’까지이나 사람들이 ‘미치는 기간’은 재의 수요일 전 목요일부터 재의 수요일까지 일주일간이다. 고요한 도시 쾰른이 거대한 울림으로 축제를 여는 이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축제를 즐긴다.

로마 시대의 유적, 상큼한 향수, 시원한 맥주, 미친 듯이 즐기며 놀 수 있는 축제가 존재하는 쾰른이지만 무엇보다도 도시를 상징하는 것은 쾰른 대성당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이며, 높이 또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성당으로, 고딕건축물의 진수이다. 원래 성당 건립 당시에는 건축에 사용된 조면암의 색인 흰색 성당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과 매연 때문에 검은색으로 변해 지금의 모습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이 성당은 이탈리아에 있던 동방박사의 유골함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졌다. 지금의 건물은 1248년부터 지었으나 발굴된 고고학 유물로 비추어볼 때 4세기 이전부터 이 자리에는 성당과 주택들이 들어서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내부 회랑은 세계에서 가장 긴 회랑 중 하나로 높은 천장으로 인해 그 장엄함이 극에 달한다. 운 좋게도 쾰른을 방문할 때마다 이곳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었는데 장중한 파이프오르간 소리는 성당 내부를 신비로운 기운으로 가득하게 한다.

고딕 양식 성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각 창을 장식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성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 성인의 삶 등을 묘사한 여러 창 가운데에 유난히 눈에 뜨이는 창이 있으니 남쪽에 위치한 창이다. 성서 창유리라 불리는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스테인드글라스를 대신하여 설치된 현대미술 작품이다. 크기가 같은 1만여 개의 색 유리로 장식되었고 가장 거대한 규모이며 가장 유명한 창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사람들은 쾰른에서 가장 밝고 빛나는 관광지인 대성당에 집중하지만, 대성당이 만들어내는 아우라 밑에는 독일 회화 대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발라르 리하르츠 미술관, 훌륭한 현대미술관인 루트비히 미술관, 쌉싸래한 향과 달콤한 맛이 가득한 초콜릿 박물관 등 수많은 갤러리와 박물관이 존재한다.

가장 빛나는 것에 대한 집중은 이제 그 옆으로도 눈을 돌려보는 게 어떨까? 조금 더 넓은 시야와 열린 마음을 갖고 말이다.

 

황현희 <여행작가>

*깜장천사*

날고 싶은 깜장천사

    이미지 맵

    aBout 깜장천사/in Media 다른 글

    댓글 0

    *

    *

    이전 글

    다음 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