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신문] 카를교에서 만나는 우연한 인연의 즐거움 :: 체코 프라하

[여행지 칼럼] 체코 프라하
카를교에서 만나는 우연한 인연의 즐거움


백발의 악사들이 카를교에서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다.

카를교 위, 천문시계 앞, 각 골목의 크리스털 숍, 프라하성의 성당…. 프라하의 명성답게 도시 전체는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존 레넌의 벽, 지금은 금지된 낙서들 중에 한글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체코의 프라하는 내게 쉽게 다가오지 않은 도시였다. 출장이 잡혔다가 취소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가기도 하고, 여행길에서는 이러저러한 문제로 늘 프라하 목전에서 돌아서야 했다. 그러던 프라하에 드디어 발을 디딘 건 2007년이었다. 저자가 되어 처음으로 인스펙션을 나가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던 중 독일 드레스덴에 도착했다. 그러나 도시의 그 어떤 것도 내게 감흥을 주지 못하자 결국 나는 ‘나와 전혀 관계없는’ 도시에서의 휴양을 결정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도시인 프라하행 기차에 무작정 올랐다.

컴포트먼트형 객실(<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주인공들이 호그와트학교로 가기 위해 타는 기차 객실과 같은 형태)에 승객은 나와 독일인 부자 2명. 프라하가 고향이며 지금 드레스덴에 살고 있고 잠시 볼일이 있어 방문한다는 그들은 내게 프라하의 숨은 관광지와 식당들을 알려줬다. 사실 무작정 쉬러 가는 내게 그리 유용할까 싶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프라하까지 동행했다.

프라하에 도착해 약간의 유로화를 현지 화폐인 코루나로 바꾼 후 가장 착해 보이는(?) 호객꾼을 따라서 단출한 펜션에 들어갔다. 리차드(Richard)라는 이름을 가진 넉넉한 인상의 펜션 주인은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방을 내주었고 나는 잠시 쉬고 싶어 낮잠을 청했다.

한참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시내 탐방을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전에 나와 함께 기차를 타고 왔던 그들이 펜션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은가? 페터(Peter)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펜션 주인인 리차드가 자신의 사촌이라고 했다. 이런 인연은 흔치 않다며 갑자기 리차드와 페터는 파티를 하자고 했고 펜션에 묵고 있던 다른 미국인 여행자 두 사람과 우리는 파티 준비에 나섰다. 신혼여행 중이던 미국인 여행자들은 내 덕에 좋은 파티에 참여하게 되어 고맙다며 웃었고, 실컷 먹고, 마시고, 떠드는 동안 나는 그간의 피로가 한 순간에 씻겨나감을 느꼈다. 늦게까지 파티를 즐기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 리차드가 내주는 아침을 먹고 미국인 커플은 다른 도시로, 나는 시내로 나왔다. 그들과 헤어진 후 생각했다. 왜 우리는 사진을 한 장도 안 찍었을까?

이름난 관광지 프라하는 명성에 걸맞게 도시 전체가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카를교 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다리가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해야 했고, 천문시계 앞에는 시계 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감에 찬 눈빛이 초롱초롱했으며 각 골목의 크리스털 숍은 쇼핑을 즐기는 이로 가득했다. 프라하성의 성당, 광장마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황금 소로(golden lane)는 카프카의 흔적을 찾는 이들로 분주했다. 존 레넌의 벽 앞에서 지금은 금지된 낙서들 중에 한글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발길을 멈춘 곳은 프라하성의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카를교 입구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야외에 테이블이 몇 개 준비되어 있던 그곳에서 야경 사진을 촬영하던 한국인 여행자 두 사람을 만났다. 함께 사진을 찍고 우리는 프라하 명물이라는 돼지족발 요리 콜레노(koleno)를 먹었다. 헤어지려던 순간 우리는 다시 한 번 우연에 놀라야 했다. 그들은 미국인 신혼부부가 묵던 방에 들어온 커플이었던 것.

늘 프라하는 예기치 않은 이상한 인연으로 나와 어긋났다. 열차를 타고 그냥 스쳐 지나가던 도시 프라하. 하지만 예정에도 없이 찾아간 프라하에서 나는 ‘우연’을 가장한 인연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여행길에 나설 때 많은 걸 정하고 나서지 말아야 하나 보다. 예기치 않은 일들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의 크기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으니까.    

  

황현희 <여행작가>

 

포스코 신문 841호 (2010.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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