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신문] 당당한 아름다움 다섯번 만에 만난 행운 :: 스위스 체르맛 마테호른

[여행지 칼럼] 마터호른
당당한 아름다움 다섯번 만에 만난 행운


해발 4478m의 바위산 마터호른은 ‘목초지의 뿔’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에 있는 알프스 산맥의 한 봉우리다.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전망대행 열차.

 

내가 마터호른을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오래전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털보 산악인’이라는 별칭으로 통하던 김태웅 씨가 아들 영식 군과 함께 마터호른 등정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운동이라고는 예나 지금이나 숨쉬기 운동만 하는 나는 저 높은 알프스를, 그것도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르겠다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춥고 위험한 그 일을 왜 아이를 데리고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고 TV를 보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체어마트(Zermatt) 마을의 풍경과 등반을 위한 여러 과정이 방송되던 중 마터호른이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의문을 잊었다. 연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마터호른 봉우리는 장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해발 4478m의 바위산 마터호른(Matterhorn)은 ‘목초지의 뿔’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어 이름은 몬테체르비노(Monte Cervino)이고, 프랑스에서는 몽세르뱅(Mont Cervin)으로 불린다.

미국 파라마운트픽처스에서 제작한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별이 빙그르 돌아 감싸는 봉우리가 마터호른이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에 걸쳐 있으며 스위스 방향에서는 체어마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이탈리아 방향에서는 북부 토리노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브레우일-체르비나(Breuil-Cervina)라는 곳에서 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마터호른은 동벽과 북벽이 만난 모습으로 스위스 체어마트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다. 직장생활 중 스위스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내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모두 마쳐도 1박2일의 시간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는 난 곧바로 체어마트행을 결정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위치한 브리그(Brig)역에서 ‘세계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을 타고 가는 길은 굽이굽이 계곡길이었다.

스위스 내 다른 모든 구간이 그러하듯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기찻길을 따라 찾아간 체어마트는 생각보다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내가 TV에서 본 풍경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 위 하늘은 모두 희뿌연 구름이 차지하고 있었고 기차역 옆에 위치한 관광안내소 직원은 내게 ‘Oh, Poor….(안됐다)’라는 탄식을 할 뿐이었다. 그 후에도 마터호른은 내게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두세 번 더 체어마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으나 늘 구름 뒤에 숨어 있는 마터호른이 나중에는 야속하기도 했다. 그렇게 내게 튕기던 마터호른이 모습을 보여준 것은 유럽여행 가이드북 지은이가 되어 처음 나선 취재 여행길에서였다.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떠난 여행길이었기에 여정이 유난히 평탄했고 날씨 또한 화창했다. 체어마트에 도착해 예약한 숙소에 짐을 놓고 늘 내가 절망하던 그 골목에 섰을 때 나는 온몸에 솟아오르는 전율을 감당하기 힘들어 마구 웃었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마터호른은 그야말로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마터호른을 보고 싶어 얼른 역 앞에 위치한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전망대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강을 건너고 숲 속을 지나 어느 정도 올라가니 마터호른이 내 손 안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다섯 번째 방문 만에 모습을 보여주는 마터호른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드디어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기뻤다.

다음 날 관광안내소에 가서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니 블라우헤르트(Blauherd)로 가서 1시간 정도 걸어가면 된다며 사진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로 그곳에서 호수 속에 담긴 마터호른을 보았다.

호수 변에 쭈그리고 앉아 연신 셔터를 누르며 더 이상 이 곳에서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지난 네 번의 방문 내내 나를 그냥 돌려세우던 마터호른은 다섯 번째 방문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화면으로, 사진 속에서 보던 그 모습으로 당당하고 아름답게 우뚝 솟아 있던 마터호른. 자연이 만들어낸 장엄한 풍경은 늘 나를 숙연하게 만든다.

 

황현희 <여행작가>


외국어 표기법으로 체어마트입가봅니다. 현지에서는 이렇게 발음하시면 못 알아들어요.
체르맛이라고 말씀 하셔야 합니다.~ ^^
포스코 신문 843호 (2010. 11. 11.)

*깜장천사*

날고 싶은 깜장천사

    이미지 맵

    aBout 깜장천사/in Media 다른 글

    댓글 0

    *

    *

    이전 글

    다음 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