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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르를 여행하며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
이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노력과 도전정신이었다.
학창시절 열광하던 순정만화가 있었으니 바로 《북해의 별》. 보드니아라는 북구에 위치한 가상국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서사시로 장대한 스케일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절절한 사랑이 감동적인 작품이다.
큰 키에 긴 금발 머리를 휘날리는 만화 속 주인공 유리핀 멤피스를 생각하며 도착한 북유럽. 하지만 내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무서울 정도로 비싼 물가는 가난한 배낭여행자인 나를 주눅들게 했고 최소한의 일정으로 바쁘게 여행을 소화해야 했다. 무조건 걷고, 싼 방과 음식들로 연명하던 북유럽 여행 기간 중 가장 큰 사치를 부린 것은 피오르(fjord) 구간 여행이었다.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노선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Oslo)에서 베르겐(Bergen)으로 가면서 송네(Sogne) 피오르를 관광하는 노선이다. 먼저 오슬로에서 뮈르달(Myrdal)까지는 기차로 이동한다. 중간에 핀세(Finse)역에 정차하는데 이곳은 구간 중 가장 높은 해발 1222.2m에 위치한 역이다. 뮈르달에 도착하면 플롬스바나(Flmsbana)라 불리는 산악열차로 갈아탄다. 종착역인 플롬(Flm)까지 50분 정도 걸리는 이 구간은 약 20㎞에 이르는 아찔한 산길을 내려가며 15개의 터널을 통과한다. 스위스 산악열차와 마찬가지로 이 구간 역시 어떻게 이런 곳에 철도를 만들었을까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중간에 키요스플로센(Kyosflossen) 폭포에 정차하는데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물보라와 그 물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잠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플롬에 도착하면 바로 앞 선착장에서 유람선으로 갈아탄다. 구드방겐(Gudvangen)까지 약 2시간에 걸쳐 말로만 듣던 피오르 지형을 통과하는 것이다. 이 구간은 송네 피오르의 지류인 에울란(Aurland)과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네뢰위(Nærøy) 피오르로 가장 구불구불한 모습을 갖고 있다. 특히 두 구간이 만나는 곳은 그야말로 탁 트인 U자형 계곡을 드러낸다.
구드방겐에 다다르면 버스를 타고 보스(Voss)까지 간다. 대관령으로 올라가는 옛 국도와 같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산을 넘어가다 정상 부근의 스탈헤임 호텔(Stalheim Hotel)에서 잠시 정차하는데 이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계곡의 모습 또한 장관이다.
보스에 도착하면 베르겐행 열차를 탄다. 노르웨이 제2의 도시이며 피오르 여행의 중심지인 곳으로 늘 여행자들이 거리를 거닌다. 14세기 한자동맹에 가입하면서 크게 세를 떨쳤고 그 시절의 위용은 브뤼겐 역사지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바쁘게 돌아본 송네 피오르가 못내 아쉽다면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긴 하르당게르(Hardanger) 피오르를 당일치기로도 돌아볼 수 있다.
스위스 알프스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피오르를 여행하며 정말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이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도전정신이었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지형과 날씨를 극복하고 철도와 도로를 만든 사람들의 노력이나 도전정신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인간을 오늘도 말없이 품어주는 자연에 더 큰 감사의 인사를 한다.
황현희 <여행작가>
** 피오르(fjord)
빙하기에 몇 번의 간빙기를 거치며 완성된 U자 모양의 복잡한 해안선을 말한다. 북유럽과 남부 뉴질랜드 해안이 대표적인 피오르 관광지로 꼽힌다. 송네 피오르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 깊은 협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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