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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라 밤새 울컥하는 마음으로 잠 못 이룬 날...

4월 25일 - 여행 31일

떼제 첫째날

오늘의 말씀 : 마르코 복음 16장 15절 - 20절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 제자들은 사방으로 나가 이 복음을 전하였다. 그리고 주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셨으므로 그들이 전한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증명해주셨다.

떼제 하루 일과

08:15 아침 기도 후 식사
10:00 Bible Study
12:20 점심 기도 후 식사
14:00 성가연습 or 자유시간
15:30 Group Meeting (약 1시간- 1시간 30분)
19:00 저녁식사
20:30 저녁기도

* 이 일정은 떼제에서 만들어놓은 최소한의 규칙이다. 강제성을 띠고 있는건 없다.

부시럭대는 소리에 눈을 뜨니 7시 50분이다. 8시 15분부터 아침기돈데... 부랴부랴 주섬주섬 챙겨입고 씻고 성당으로 갔다.

아침 기도가 다른 것이 있다면 성찬 예식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기도는 시작 성가 2-3곡, 오늘의 말씀 봉독, 침묵, 성가 2-3곡, 침묵, 성가... 뭐 이런 형식으로 진행된다. 간간히 들리는 기침소리 등등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그 소리에서부터 자유로와지는게 우선 과제인 듯...

정말로 소박한 아침식사. 근데 정말 맛있다. ^^

아침 먹고 방 사람들과 인사.. 잠시 잠깐 이야기 해보면...^^

Raphaela 일명 프랑스 친구. 동갑내기고 둘째 아이 임신 8개월째. Lyon 시에 살고 있으며 직업이 통/번역이라고. 그래서 내일부터 Bible Study 시간에 프랑스어 통역을 한다. 열라 부럽소~~~
헬싱키 아줌마 검은 머리에 뿔테 안경... 우리 그룹의 Thomas와 같이 왔다. 감기 몸살 때문에 고생 많이 하다 갔다.
Maria Rosa 일명 밀라노 언니. 밀라노 산다. 같이 나눈 대화내용으로 추측컨대... 병원 임상병리과에 있는 언니가 아닐까 싶다. 영어 철자 그대로 발음하는 덕에 잼난 일 많았쥐.. ^^
프랑스 할머니 늘 Ca va?하고 인사하는 할머니. 영어를 전혀 못하신다. 불어 시간에 배운거 떠올려 인사했더니 정말 좋아하셨다. 나중에 빠리의 빵떼옹 앞에서 만나는데 정말 감격의 상봉이었다. ㅋㅋㅋ
독일 언니 이 언니는 대침묵 피정하러 왔다. 목소리 한번 못 들어봤다. 독일에서 왔다는 것도 Bible Study 시간에 알았다.

오전 모임은 그 날의 성서 구절과 관련된 Bible Study다. 떼제에 계신다는 두 분의 한국 수사님 중 한분이 오셨다. (며칠 후 이 양반한테 죄 지었다. ㅜㅜ) Power, Authority, Witness를 주제로 강의하시네. 무엇을 느끼고 실천하느냐.. 그저 Power를 Authority를 부여 받은 것이 전부는 아니다. 실천하고 계속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느끼고 영감을 받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예수님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전파하기 위해 먼 길 여행을 떠났던 사도 바오로처럼......

음.. 역쉬 한국분이시라 알아듣기 쉬워... ^^ 자그마치 반이나 알아들었다는거 아냐.. 캬캬~ ^^V

여기서 잠깐!!

보통.. 떼제에 계신 분들께 ‘수사’라는 호칭을 붙입니다만.. 정식 호칭은 아니라고 합니다. 엄격히 따지면 그렇다네요. ‘수사’는 가톨릭에서 수도생활하는 분들에게 붙는거래요. 이분들 영어로 호칭하면 Brother거덩요. 한국에서 번역 하다보니 ‘수사’가 된거라고 합니다. 뭐... 따지자고 하는 야그는 아니고요... ^^ 전직 수사인 친구한테 들은 야그에요. ^^

점심 기도를 하러 갔다. 좀 일찍 왔네... 성당에 들어와 가만히~ 침묵 속에 잠기는 연습을 해본다. 바뜨... 잘 안되지.. 워낙 내가 좀 산만 그 자체인지라......

여기서 잠깐!!

여기서 침묵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건 아니에요. 말을 하지 않는다는건 침묵 중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단순히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걸 소침묵이라고 합니다. 이 단계가 지나서 모든 잡념과 잡다한 생각들을 버리는 걸 대침묵이라고 하구요... 되도록 떼제에서는 기도시간만큼은 ‘대침묵’을 지키기를 권하십니다. 어찌보면 당연한거구요... 그럼 성가는 왜 부르냐고요? 그거 기도잖아요.... ^^

점심기도 후의 점심식사... 정말로 소박한 식사다. ^^ (어떤 사람은 그렇게 먹여놓고 기도 시키고 노동 시킨다고 불만을 터뜨린 사람도 봤다. 말이 좋아 노동이지.. 설겆이와 숙소 청소 정도다. 묻고 싶었다. 너 거기 왜 갔냐???) 그래도 맛나게 먹는다. 식사 후 같은 방 쓰는 밀라노 언니와 성가연습 하러 갔는데 어딘지 몰라서 그냥 성당 구경했다. ^^ 사진 좀 찍고 잠시 thinking... 떠나기 전 화났던 일들, 못했던 말들이 좌르륵~~~~ 스쳐지나가는데 난 도대체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이 ‘화’들을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 ‘화’를 푸는게 내 여행의 목적이고 이 곳에 온 목적이었는데 마랴마랴~~~

그나마 조금 다스리고 밖으로 나와 엽서랑 책 몇권 샀다. 전부터 사고 싶었던 책인데.. 결국 여기와서 사는구나... 우표도 판다. 스페인보다 비싸다. ^^

오후 모임 시간.. 이 사람들과 1주일 동안 모임을 같이 해야한다. 바뜨.. 나의 짧은 영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잠시 소개하자면... (근데 왜 이 사람들하고 사진 한 장 안 찍었을까???)

Hans 독일인 저널리스트.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히 보이는.. 미국 뉴올리언즈 재즈바에서 기타리스트였다고. 며칠 더 머물고 싶다고 했는데 어케 되었는지 모르겠다.
Thomas 핀란드 헬싱키에서 온 구여운 청년..^^ 3주전 생일이 지나서 Youth 쪽에 못 있고 Adult가 되었다고 툴툴툴~ 여자친구랑 같이 왔음. 헬싱키 가서 만났음. 열라 방가왔는데.. 역시 같이 사진 안 찍고 그냥 옴. 바부팅이 깜장...
Maria Rosa 같은 방 쓰는 밀라노 언니.
Martin 독일인. 일명 시계맨이다. 시간을 아주~ 정확히 지키는 스탈... 약간의 언어 장애 때문에 이 사람 한번 말하기 시작하면 오래 잘 기다려 줘야한다.
Anne 아주~ 수줍어하는 독일언니. 나만큼이나 영어를 못해서 (왜? 대화 해보니 쓰는 단어와 문장 수준이 비슷해서 좋더군.. 큭큭큭~) 나만큼이나 미팅시간에 조용히 있었던...^^

소개하면서 나 영어 못한다~ 배 째라~ 먼저 했더니 고맙게도 천천히 이야기도 해주고 주제를 써주기도 하던 고마운 사람들... 왜 이 사람들하고 사진 한 장 안 찍어왔을까... 하튼간에... 이야기 하다가 내 전직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고 잠시 논쟁 about Marijuana...

스낵 시간이 있는데 어디선지도 모르겠구 구찮아서 그냥 방으로 들어왔다. 잠시 캐리어 정리를 하는데... 뜯겨진 배낭... 하튼 빠른 시일 내에 집으로 보내야지.. 보내면서 잡다구리한 것들도 보내야지.. 생각했다.

엽서를 쓰고 이거저거 정리하다보니 저녁시간이다. 밥을 먹으러 갔는데 까보나라 후질리 파스타가 나온 것이다!! 유후~~~ 따끈한 스프까지 해서 먹는데 넘 맛난거있쥐~~~

Maria Rosa(이하 밀라노 언니) : 이거 좋아해?
깜장 : 히~ ^___________________^ 응!! (속으로는.. 내가 너무 게걸스럽게 먹었나...)

오늘부터는 저녁 먹고 설거지 해야한다. 주초에 도착하면 나눠서 일을 하는데 나는 설거지 한다고 했다. 사람들 식사 끝나기 기다려 그릇 날라서 비눗물에 한번, 맑은 물에 한번.....

무지개. 오랫만에 본다.

설거지 하고 나오니 무지개가 떴다. 하루 종일 날씨가 ㅈㅣㄹㅏㄹ맞더니나중엔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얼른 방에 들어가서 카메라를 들고 나와 사진 몇방 찍고......

독일에서 온 팀들과 인도인 staff와 잠시 이야기... 어제 등록하는데 staff가 나더러 “You're the only one Korea”이라더니 얘도 그 얘기를 하네...

독일 아줌마 : 독일어 할 줄 아니?
깜장 : 아뇨. 독일어 배운 적 없어요. 근데 당케 쇤하고 이히 리베 디히는 알아요.^^
인도 staff : 한국에서 왔나? 이번 주 내내 외롭겠군...
깜장 : 뭐.. 괜찮아.. 근데 나마스떼가 인도 말?
인도 staff : 아니. 그건 힌두.

Adoramus te O Chirste

저녁기도 하러 갔는데 큰 소리로 “여기 앉으면 안돼?”하는 한국말이 들린다.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 쫌 창피하기도 하고... 언 듯 보니 한국 아줌마 4명 일행인거 같다. 기도하는데 어제보다는 훨씬 익숙해지는 느낌... 기도 후 좀 남아있는데 “Adoramus te O Chirste. (오 주를 찬미하나이다.)”가 나온다. 순간 떠오르는 기억들...

99년 여름... 활동하던 찬양단에서 여름 캠프를 갔다. 그때 그 시간을 기억했던 이들은 기억할런지... 양양 바닷가 허름하지만 아늑했던 그 방을, 파도 소리와 함께 했던 미사를, 침묵 속에서 나지막히 따라했던 이 노래를...

그리고 우리 많은 행복과 기쁨을 함께 했었기에 갈등도 컸고, 상처도 컸던 그때 그 일을... 가끔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그날 그 시간 함께 온 마음으로 나눴던 이 노래가 떠오르는 내게 너무나 특별한 이 노래...... 익숙한 멜로디의 전주가 시작 되었을 때부터 다음 곡으로 바뀔 때까지 울컥하고 목이 메어 입 한번 제대로 떼지 못하고 그저 듣기만 했다. 그때 우리 모두 그 순수했던 열정과 함께 나눴던 사랑들이 아쉬워서......

조용히 비가 내리는 길을 천천히 걸어 숙소로 왔다. 낮에 산 엽서들을 꺼내봤다. 후~ 괜히 이 그림을 고른게 아니었어... 천천히 엽서 한 장 쓴다. 그 어떤 마음도 어떤 다른 생각도 아닌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단숨에 써내려간다. 다시 그때의 그 관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아니다. 그저.. 그때 우리 그 시간과 열정과 그 추억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다시 어디에선가 만나 그때 그 기억 떠올리며 한번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니아니.. 그것도 아니다. 그냥 생각나서... 엽서가 쓰고 싶어서...

여행가서 엽서를 꽤 썼습니다. 보내는 횟수와 빈도가 후반으로 가면서 조금씩 늘어지긴 했지만... 이때까지는 꽤 열씨미 엽서를 썼지요. 친구들한테, 선배들한테, 가족들한테... 쫌 더 열씨미 쓸껄.... 글구 엽서는... 생각 날 때 생각 나는 사람들한테 보내기... 주소는? 인터넷으로도 찾고 전화도 하고 뭐 그랬죠. ^^


깜장천사의 여행 이야기

프렌즈 유럽 / 유진선,박정은,박현숙,황현희 공저 / 중앙북스

각 지역을 꽉 잡고 있는 저자들이 모여서 만든 유럽 가이드북!

프렌즈 이탈리아 / 황현희,서준웅,조은영,조성남 공저 / 중앙북스

국내 최고의 이탈리아 가이드북!!을 꿈꾸며 만들었습니다~ ^^

7박8일 피렌체 / 황현희 / 올

피렌체에서 보내는 7박 8일 동안의 이야기가 담긴 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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