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처음으로 몸이 아팠습니다.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했어요... 그래도 루체른에서 봐야할건 다 본 듯 싶기도 하고......
5월 3일 - 여행 39일
빈사의 사자상 / 빙하공원 / 루체른 시내
머리가 아프다. 눈이 안 떠진다. 식은땀도 나는 듯 하다. 눈 감고 이불 속에서 조용히 생각해보니 대기가 저기압일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온다.
이번 여행에서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다면 날씨가 협조해줘야 할 곳에서 늘~~~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다녔다는 거지... 빌바오의 구겐하임은 파란 하늘을 동반한 눈부신 햇볕 아래에서 봐야 반짝거리며 그 아름다움이 최고라 했거늘 내가 본 빌바오의 하늘은 먹구름 잔뜩에 간간이 빗방울도 뿌렸었고... 산 세바스찬의 초생달 모양의 예쁜 바다 역시 회색빛이었고(이건 당연지사? 산 세바스찬은 빌바오 옆 동네니까.. -,-;;;), 까보다 로까에서는 수평선이 어드메뇨~ 해야했고, 니스에서도 우중충 했고... (사실 니스에서는 날씨가 좋았으면 더 짜증났을꺼다..)
떼제의 그 환상적인 날씨는 어데로 가고 이렇게 비가 오냐... 몸도 무겁고 머리도 아푸고 구찮다... 어제 슈퍼에서 산 시리얼과 우유를 대강 먹고 들어오다가 한국인 세 여자를 만났다. 비엔나에서 야간타고 왔단다. 가볍게 인사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연아 언니는 루가노로 간다고 떠나고 나는 다시 누웠다. 열도 나고 진땀도 좀 심해지고... 안되겠다 싶어서 두통약 한 알, 감기약 한 알을 먹었다. 에딘버러에서 먹으면서 마지막이길 빌었는데... 이불 쓰고 누웠는데 정말 땀이 비질비질 솟기 시작한다. 우씨.. 이럼 안되...... 하며 마악 잠 드는데 청소하시는 분이 들어온다.
아줌마 : 아퍼?
깜장 : 쫌.... -.-;;;
아줌마 : 잠시만... (나가더니 담요 들고 들어온다) 이거 하나 더 덮고 자... 밖에 나가지 말고...
깜장 : 감사합니다.....
한 두어시간 잔 듯 싶다. 두통은 가셨고 몸은 좀 가뿐한 듯 싶다. 으흐~ 땀 많이 났네... 샤워하고 잠옷 널어놓고 침대를 아래층으로 바꿨다. 시트만 바꾸면 되니까...^^
길을 나섰다. 아주 가뿐하진 않은데 그래도 쉬엄쉬엄 걸어보자... 싶다. 하늘이 파란게 보이네... 역 지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간만에 신선한 샐러드를 먹었더니 살거 같다. 역쉬~ 사람은 풀이파리를 먹어야 산다. ^^
내가 루체른에 온 이유는 리기산에 오르거나 티틀리스 투어를 하려고 했었다. 리기산은 산의 여왕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우아하게 아름답다고 하고, 여행 오기 전 싸이에서 본 사진에 홀딱~ 반해서 결정했었다. 여길 못가게 되면 가려했던 티틀리스는 15년전 돌아가신 할아버님 칠순 기념해 유럽 성지순례 중에 가셨던 곳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라고 하셨대서 결정한 곳... 바뜨.... 오늘 그 어디에도 못 간다. 아니 안 간다는 표현이 쫌 더 나을 듯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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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의 사자상... 숙연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
천천히 걸어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 갔다. 예전 스위스가 돈 없고 힘 없을 때 용병 수출 해 나라살림에 보태던 시절... 프랑스 대혁명 때 786명의 스위스 용병은 왕궁을 지키고 있었단다. 시민의 뜻에는 동의하나 자신들의 임무와 국가의 신용 때문에 시민군과 맞서 싸우다가 모두 전사했다지... 그리고 후에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 빈사의 사자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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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공원에서 내려오다 찍은 사진... 사자의 표정이 더 잘 보인다. |
숙연한 느낌을 주는 표정의 사자가 누워있다. 사진 찍고 나도 찍히고... 그 786명의 용병들로 인해 스위스 용병은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고 (바티칸을 지키는 이들도 스위스 용병이다.) 스위스는 신용이 최우선이라는 은행산업이 발달하며 오늘날의 부를 이루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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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공원에 남아있는 빙하의 흔적 |
멋진 사자 한번 더 보고 바로 위에 있는 빙하공원으로 갔다. 아주 오래전 루체른이 아열대 지방이었고 빙하기에 빙하가 흐른 흔적이 남아있다는 곳이다. 입구에서 국적을 묻길래 한국이라 했더니 한글 안내문을 주더군... 갖구 가려하는데 이 아줌마 다시 나를 부르더니 번역상태가 엉망이라며 영문 안내문을 또 준다. 받아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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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에 있던 사자 분수... 사진 찍는 깜장도 보인다. ^^ |
공원은 커다란 빙하의 흔적이 중심부에 있다. 깊은 우물 비슷한 것도 있고 빙하가 흐르며 만든 흔적이 보이고 화석도 있다. 대강 보고 박물관으로 들어갔는데.... 독일어 투성이라 알아볼 수가 있어야지.. 그냥 휘~ 한번 둘러보고 루체른 소개영상 보고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본 딴 거울의 방에 들어갔다. 잼나더군... 007 시리즈 중 <황금총을 든 사나이> 편에서 본 듯한 장면들이 나오네...^^ 다행히 별루 헤메진 않았고......
밖에 나왔는데... 흐미~ 비가 엄청 쏟아지는 거다. 바람도 불고... 금방 그칠 비가 아닌거 같아 커피 한잔 시켜놓고 내리는 비만 바라봤다. 산에는 못 가게 했지만 (뭐.. 아파서 늦게 일어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긴 하지만) 이런 여유를 주는 구나... 좋게 좋게 생각하자 싶다. 그게 내 정신건강에 좋을테니...
비가 그친다. 공원 밖으로 나와 기념품 샵이 보이길래 잠시 들어갔는데 쌍둥이 칼들 사느라고 난리난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 순간 여기서 분기탱천한 깜장... 안 그래도 물가 비싼 스위스에서 왜 독일제 쌍둥이 칼을 사느라고 난리냐고... 뒤에서 흐뭇한 듯이 웃고 있는 가이드 아저씨의 음흉한 얼굴... 정말 뜯어 말리고 싶었으나 가이드 아저씨 한테 맞아죽을까바 참으며 씁쓸한 웃음 지으며 밖으로 나오는데 들리는 소리... “독일 가면 살 시간 없을꺼 아냐... 여기서 사야지...” 으헉~ 조용히 물어봤더니 다음 일정이 뮌헨이라고 하던가... -,-;;; 거기서 왜 살 시간이 없겠냐고......
혹시.. 부모님들 유럽 가신다고 하시면, 독일이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면 쌍둥이 칼은 꼭!! 독일에서 사시라고들 하세요... 제발... 플리즈~
뮤제크 성벽이나 더 보고 갈까... 하는데 또다시 진땀이 줄줄줄~ 그래그래... 무리했다 싶어서 Coop에서 저녁거리랑 먹을 거 좀 사고 카펠교를 건너면서 빅토리녹스칼 사고 숙소로 들어왔다. 짐을 대강 챙기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연아 언니가 들어온다. 루가노 가려고 세시간 동안 유람선 탔는데 갑자기 가기가 싫어져서 다시 왔다나... 짐정리하고 부엌으로 가서 산 세바스찬에서 한거처럼 홍합, 오징어, 새우 넣고 다시다랑 고춧가루 넣고 국처럼 끓였다. 뜅~ 밥인줄 알고 샀는데 그냥 얹어먹는 소스만 달랑~ 있네. 데워서 식빵에 얹어 먹으니 대강 먹을만하네... 밥 먹고 딸기까지 먹고 설거지......
아침에 로비에서 만난 세 사람이 들어온다. 뭐.. 구구절절이 얘들 이야기 쓰자면 한도 끝도 없고.. 하튼간에 싸가지 상실모드, 예의범절 상실모드가 뭔지 온 몸으로 보여주던 이들..... 이들이 나가고 난 후 연아언니 나한테 하는 말... “너 인간성 정말 좋드라......”
생강차 한잔 마시고 샤워하고 방에 들어와 일기 쓰는데 방에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오니... 바로 그 세 사람.... 으흑~
별로 말 섞고 싶지 않았지만 또 한국인의 정이 있지.. 그럼 되나... 약간 이야기 좀 해주고 피곤과 몸살을 핑계로 이불 뒤집어 쓰고 취침모드.... 낼 아침 니들이 저지른 짓거리만큼만 해주고 일찍 떠나리라...........
비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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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공원 입장료 |
10.00 |
내일은 스위스의 수도 베른을 거쳐 마테호른이 있는 체르맛으로 갑니다. 스위스의 관광열차 중 하나인 빙하특급을 타고 가지요... 글고 보니 스위스에서 유람선을 못 타봤군요. 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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