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1300년 전 저 문이 열리고 일본이 시작되었다.
2010.11.10 08:40 입력 | 2010.11.17 16:51 수정

  <사진-헤이조쿄 스자쿠몬>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그리고 그 시작과 끝이 맞물리는 지점은 시작 할 때의 혼란과, 끝지점의 아쉬움이 함께 공존한다. 일본 나라현의 나라시가 그렇다. 일본 최초의 영구 수도였으면서 일본이라는 한 나라의 시작점으로의 기품과 나라를 잃고 떠나온 백제 유민들의 설움과 아쉬움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 천혜의 자연과 단아한 불교문화가 가득한 나라현으로 가보자. 

여행작가 황현희 기자 hacelluvia@naver.com


 

나라는 가까이 우리나라에서는 백제의 도읍지였던 부여나 공주, 또는 신라의 도읍지였던 경주와, 멀리 유럽 이탈리아의 로마와 비교될만한 곳이다. 한 나라의 고도(古都)였다는 점과 그 유적지로 인해 도시가 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는 점도 그렇지만 도시에서 고층빌딩을 찾아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땅만 파면 유적지, 유물이 나오기 때문. 이는 나라현 청사 옥상에 오르면 확인할 수 있다. 사방을 산이 둘러싸고 있으며 도시는 평편한 모습이다.

 

고후쿠지(興福寺) 5층 석탑과 도다이지(東大寺)의 다이부쓰덴(大仏殿)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만고만한 높이를 자랑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나라현청사 옥상에서 바라본 나라 시내>

 

 

헤이조 平城 천도 1300년제

지금 나라시는 한창 축제 중이다. 1,300년 전인 710년 나라에 일본 최초의 수도가 설립된 것을 기념하는 <헤이조 平城 천도 1300년제> 행사가 한창이다.

 

시내 곳곳에는 축제의 마스코트 센토쿤이 관광객들을 반겨준다.

 

센토쿤은 나라에서 전래되어 전국에 퍼지기 시작한 불교를 상징하는 동자승과 나라 시민들이 신의 사자 使者라 생각하는 사슴이 결합된 모습을 갖고 있는 마스코트로 처음에는 신성모독에 대한 반대가 심했으나 그로 인해 유명세를 얻었고 지금은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진-헤이조 천도 1300년제 마스코트인 센토쿤>

 

 

1300년 전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는 헤이조궁 유적지

축제의 중심은 첫 번째 수도의 왕궁인 헤이조궁(平城宮) 유적지. 야구장 30개가 들어설 만한 광활한 땅에 성되어 있는 이 곳은 710년 천도 후 75년 동안 나라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중국 장안성(長安城)을 모델로 만들어진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이 유적은 현재 정문인 스자쿠몬 朱雀門, 천황의 집무실이었던 다이고쿠텐(大極殿)과 황태자 거처의 정원인 도인테이엔(東院庭園)이 복원된 상태다.

 

매일 오전 9시에 스자쿠몬 앞에서는 위사대 행렬 재현과 함께 문이 열리는 의식을 거행된다.

<사진-헤이조궁 유적지 모형>

 

일본의 첫 수도의 정궁이 열리며 일본의 시작을 형상화한 이 의식을 통해 열린 문을 지나가면 멀리 다이고쿠텐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사진-다이고쿠텐>

 

다이고쿠텐은 천문도상의 북극성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사신 四神(백호, 청룡, 주작, 현무)의 비호를 으며 정남향을 향해 세워져 있으며 건물 내부에는 이 사신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지붕 위에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물체는 치미(鴟尾). 이 곳에서 치미는 물고기의 꼬리를 형상화 해 화기를 억누르기 위한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하기 전까지 일본은 크고 작은 전쟁으로 많은 건물들이 유실돼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사진: 좌 - 사신이 그려져 있는 내벽 상단/우 - 화재를 막아달라는 의미로 지붕 위에 올라앉은 치미>

 

헤이조궁 유적지는 아직도 복원 중이다. 당시의 기록에 따라 하나하나 조사, 발굴을 마치고 복원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는 것. 모든 건물의 공정을 고대 건축 기술 그대로 따라 재현하고 있어 시간은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는 관계자의 귀띔이다.

 

스자쿠몬 복원에 6년이, 다이고쿠텐 복원에 9년의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 언제 또 어떤 건물이 복원, 완공될지 모르겠으나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문화가, 국가가 시작된 이 곳을 사랑하고 계속 보존, 복원해 나갈 것이다.

 

유구 전시관 & 헤이조궁 유적 자료관

두 개의 건물만으로 서운하다면 유구 전시관과 헤이조궁 유적 자료관을 찾아가보자. 특히 헤이조궁 유적 자료관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외국 문물을 받아들였는지를 자세하게 서술해 놓고 있다.

 

유적 자료관 앞에는 하나의 배 모형이 서 있는데 이는 견당사선(遣唐使船). 말 그래도 당나라에 문물을 전수받기 위한 사신단을 태우고 당나라로 가던 배를 복원해 놓은 것이다.

 

외국인 여권 소지자라면 헤이조궁 유적 대부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11월 7일까지 각 계절별로 일본의 시작을 기념하고 앞으로를 기약하는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사진-견당사선>

                                                                                                    


신의 사자가 뛰어 노는 고후쿠지와 도다이지

나라현청 옥상에서 나라 시내를 조망 할 때 특히 눈에 띄는 두 건물이 있다. 바로 고후쿠지의 5층 탑과 도다이지의 다이쓰부덴이 그 것이다.


  <사진-고후쿠지의 금당과 5층 탑>

 

고후쿠지는 나라현청 맞은편에 위치한 절로 아스카 시대 말기 백제 도래 세력인 소가씨 집안을 몰아낸 후지아라 집안의 사찰이다. 이 지역은 나라공원으로 통칭되며 우뚝 솟아있는 5층탑은 나라공원의 상징이다. 높이 50.8m의 이 탑은 전쟁으로 인해 여러번 소실과 재건을 반복했으며 지금의 모습은 1426년에 다시 지어진 것이다.

 

경내의 고쿠호칸(國寶館)에는 수 많은 불상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중 청동불두는 일본인들이 세 번째로 좋아하는 불상이라고 한다. 이 곳의 불상들은 대부분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모두 후지아라 집안 사재(私財)였다고 하니 당시 후지아라 집안의 위세를 짐작할만 하다.

 

고후쿠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도다이지 東大寺는 나라를 대표하는 사원이다. 이 절의 정문은 난다이몬(南大門).

 

송나라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서로 짜맞춘 기술이 백제의 영향을 받은 증거를 보여준다.

 

<사진-도다이지의 정문인 난다이몬>

 

문을 통과하며 양 옆을 살펴보자. 생동감 있는 표정의 나무로 만은 인왕상은 13세기에 만들어진 것을 복원한 것으로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훌륭한 작품이다.

 

다이부쓰덴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건물로 752년에 건설된 것을 여러 차례의 전쟁과 화재로 소실된 후 에도 시대에 재건한 것이다.

 

지금의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원래 크기에 3분의 2 밖에 되지 않는 다고.

 

2층으로 만들어진 지붕이 건물의 웅장함을 더해주고 있으며 1층 지붕 중앙의 청동 구조물이 당시 사무라이 정권을 상징하는 형상이라고 한다.  <사진-다이부쓰덴>

 

다이부쓰덴 안에 모셔져 있는 불상은 좌불로 높이만 15m에 달한다. 1년에 한번 대불상이 목욕을 하는데 때 2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불상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는 광경은 불상 못지않은 볼거리다.

 

다이지의 모든 건물, 불상에는 백제인의 숨결이 묻어 있다. 건물의 처마 곡선, 기둥 밑에 놓인 초석과 불상의 모습까지 어느 하나 백제인의 손길이 묻어 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처음 방문한 곳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느낌은 그래서 오는 것 같다.

 

도다이지 부근은 매년 8월 초·중순 사이 열흘 동안 매일 밤 촛불로 장식된다. 한여름밤의 풍물시, 나라 등화제가 열리는 장소로 약 2만개의 촛불이 곳곳을 장식하는데 이 또한 장관이다.

 

낮에 보면 평범한 잔디밭이 밤에 꽃밭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실로 놀랍기까지 하다. 더 놀라운 것은 촛불을 장식하고 수거하는 모든 작업이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는 것. 이 두 절 경내를 걷다보면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사슴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나라 대불. 대불상 뒤편의 불상도 거의 사람 키와 맞먹는 정도의 크기다.>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나라마치

서울의 북촌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가옥이 옛 형태와 전통을 지키며 남아 있는 마을로, 골목의 고즈넉한 자태와 곳곳의 상점, 카페, 음식점들이 매력적인 곳이다.

 

나라에도 이러한 곳이 있으니 나라마치. 옛 나라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마을로 19세기에 세워진 민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간고지 元興寺의 경내였던 곳으로 지금은 고즈넉한 골목 사이에 들어서 있는 옛 가옥과 상점, 카페들이 조용히 관광객들을 향해 손짓한다.

 

그 중 ‘격자의 집’이라고 불리는 가옥은 에도시대 건축된 모습 그대로다. 유럽의 건축 전형이었던 나인스퀘어(Nine Squre, 건물을 9개로 나눠 가운데 공간인 중정 中庭을 신성하게 여겨 아름답게 꾸미는 것. 주로 유럽의 수도원 중정에서 볼 수 있다.)가 이 곳에서도 재현된다. 좁고 긴 가옥 내부의 작은 정원은 심미안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공기의 통풍도 도와 덥고 습한 나라의 무더위를 이길 수 있게 해준다.


한 국가의 시작점이 된 나라. 백제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시작된 이 곳은 자신들의 도시 이름이 한국어에서 온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도시가 자랑하는 문물의 대부분을 우리의 선조 백제인들의 손길에서 시작된 것임을 말한다. 일본이 시작된 1300 주년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된 나라시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우리 선조들의 혼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백제 멸망 후 나라를 잃고 건너간 유민들이 만들어낸 일본의 시작점이 된 도시 나라. 이름에서 풍기는 친숙함은 도시 곳곳을 감싸고 우리에게 손짓한다. ‘우리들의 나라가 함께 어울린 도시 나라로 오세요!’라고.

 

 

나라현 관광 홈페이지 www.pref.nara.jp (한국어 지원 가능)

헤이조 천도 1300제 홈페이지 www.1300.jp (한국어 지원)

 

 

 


(참 좋은 관광정보 투어코리아 2010년 10월호, Tour Korea)
<저작권자(c)투어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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